엘리아스는 서구인이 가진 취미라는 것 역시 문명화 과정의 산물이라고 지적한다. 문명화 과정에서 사람들의 원거리 지각 능력은 퇴화하는 반면, 근거리 지각에 따른 쾌, 불쾌의 감정은 극도로 발달하고 여기서 섬세한 오감의 능력, 즉 취미라는 것이 형성된다는 것이다....진중권 (2007). 호모 코레아니쿠스, p.143
내가 taste라는 말을 접하게 된 것은,
진중권의 '호모 코레아니쿠스'에서 였다.

진중권은 taste(취미)라는 것을 위와 같이 설명한다.
무식한 공돌이라 taste라는 단어가 미각(味覺) 외에 다른 뜻으로도 사용되는지 처음 알았다;;
이 책에서는 taste의 개념을 간략히 설명하고,
오감에 대한 한국인과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을 쓴 터라,
taste 자체에 대한 더 많은 얘기를 접할 수는 없었다.
taste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말 그대로 taste(취향)라는 책이 발간되었다.

여기서 저자는 taste를 취향이라고 사용하는데,
취미라고 하면, hobby라는 느낌이 강하고,
안목이라고 하면, 고급을 보는 눈이라는 의미에 치우친 것 같아,
사물을 차별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란 뜻으로 '취향'이라는 단어를 선택한다.
검색을 살짝 해보니,
taste라는 단어를 '취향'으로 번역한 전문서적들이 눈의 띈다.
이 책은 뉴욕에 사는 저자가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과 샵 등을 돌아다니며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들을 쓴 것인데,
취향에 대한 내용보다는, 뉴요커들의 취향에 대한 관찰에 더 무게가 실린다.
그들의 신변잡기적인 얘기말고도 깊이 있는 글들도 많은데 왠지 묻힌 느낌이다.
취향에 대해 확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어 그대로 인용한다.
... 취향은 '차별적'이기도 하다. 취향이란 빨간색을 좋아하느냐, 파란색을 좋아하느냐의 문제라기보다 파란색을 좋아한다면 어떤 파란색을 좋아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코발트블루인지 울트라마린블루인지 프러시안블루인지의 문제이자 또는 지중해의 따뜻한 파란색인지, 일몰 후 하늘을 뒤덮는 맑고 깊은 파란색인지, 세잔의 투명하면서도 견고한 파란색인지의 문제인 것이다....남상미(2008), 취향, pp.106-107
그러면서, 취향이라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친 경험과 교육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며,
단순히 좋아한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여름 휴가 때,
시드니의 Tab (Bar나 Pub같은 곳인데, 호주에서는 Tab이라고 부른다네요)에서
생맥주를 몇 번 마실 기회가 있었다.
워낙 맥주를 좋아해서, WA bar같은 세계 맥주 파는 가게에서
여러 맥주들을 마시는 것을 즐기는터라,
호주 맥주가 맛있다는 얘기를 듣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병맥주는 우리나라에서 사 먹어도 똑같을 것이니,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생맥주를 주문했다.

요즘 TOOHEYS에서 밀고 있는 'TOOHEYS NEW'
하얀 거품에 적당히 맑으면서도 적당히 뿌옇고 노란 맥주는
부드러운 거품과 우리나라 생맥주와는 달리 生한 맛이 덜하고 톡 쏘는 맛이 잔잔하여
첫 목넘김에도 부드럽게 넘어갔다.
역시 호주 맥주 맛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얼른 다른 맥주를 시도해본다.

TOOHEY의 sub brand인듯
어라- 이거 뭐가 다른 거지?
분명 다른 맥주를 시켰는데도 맛은 그리 차이가 나지 않았다.
맥주 이름은 다르지만 브랜드가 같아서 그런가 싶어 다른 브랜드의 맥주를 마셔봐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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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ton과 VB(Victoria Bitter)
순간 호주 맥주에 대해 실망감이 느껴짐과 동시에
내가 여러 맥주들 맛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일뿐,
얘네들은 이 비슷한 맛들간의 차이를 구별하며 즐기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1인당 맥주 소비량이 호주가 세계 4위라니,
"오랜 시간에 걸친 경험과 교육을 통해 얻어진",
"단순히 좋아한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들의 맥주의 취향(taste)은
분명 굉장히 발달되어 있는 것이 틀림없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그 가게가 불량 가게라서 실은 같은 맥주인데 다른 브랜드로 속여 파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호주 애들이 선호하는 맛이 있어,
다른 브랜드의 맥주라도 그 맛에 가까와지기위해 맥주 맛들이 서로 비슷해졌을지도 모른다.
주문할 때, 이것들 맥주 맛이 어떻게 다르냐고 물어볼걸 그랬나.
암튼,
시드니의 맥주집에서 생맥주를 마시며 느낀 '취향'에 대한 단상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