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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서 '사람'은 어디 있는가

2009/01/27 20:12, 글쓴이 잡종
난 학부 때 건축을 공부했다.
졸업을 하고, 건축 실무를 한 적이 없어서
내가 배운 것은 대학교 4년 동안이 전부이다.

내가 그때 배운 건축은,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과 공간에 대한 고민보다
겉모습을 중심으로 한 건축물 자체와 그 주변의 조화, 맥락까지였다.

처음에는 건축을 건물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알았었고,
조금 배운 후에는, 그 건물이 들어설 장소의 context를 고려해야되는 것을 알았다.
조금 더 배운 후에는, 서양 건축과 동양 건축의 차이를 알았다.
내가 대학 4년 동안 배운 것은 여기까지였다.

대학 설계 수업에서는,
대개 설계를 시작하기 전에,
같은 용도의 유명한 건축물들에 대한 스터디를 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작품들은 작품집들을 통해 스터디를 하고,
국내 작품들의 경우, 직접 방문해서 스터디를 한다.
물론, 분석의 대상은 건물 자체와 주변 환경에 중점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이후에는 설계를 할 대지를 찾아가서 주변의 환경을 파악한다.
주변의 사진들을 찍어서 보드에 붙여놓기도 한다.
건물의 용적율, 건폐율, 필요한 공간과 면적 등이 주어지며,
그 곳에 알맞는 건물의 설계를 시작한다.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가장 먼저 한 일은 mass study라는 걸 한 것 같다.
아이소핑크라고 불리는, 두툼한 스티로폼 덩어리를 가지고,
두꺼운 커터칼로 이리저리 깎아내고 쳐내며
건물의 모양새를 잡아가는 일을 한다.

그러면서, space program을 짠다.
교회라 치면, 1층에는 대예배당을 넣고,
2층에는 기도실과 부속 공간 등을 넣는 식이다.

매주 교수님들께 크리틱(critique)을 받으며,
이러한 작업을 발전시켜나가며 완성도를 높여나간다.

마지막에는 각자의 작품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건물의 축소 모형을 만들고, 설명과 도면을 곁들인 판넬(panel)을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에 발표와 크리틱을 받고 끝난다.
아마도 지금도 설계 수업은 이렇게 진행되지 않을까싶다.

지금와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하면,
그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에 대한 고민을 많이 안 했다는 점이다.

물론, 공간 계획을 하긴 한다.
사용자의 동선을 고려하여 공간을 구성하고, 다이어그램도 그리고 한다.
허나, 그것이 충분히 고민이 되었느냐가 문제이다.
실제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건물의 외형이 멋져야하거나 주변 context가 어떻든 중요치 않다.
그들은 건물을 이용함에 있어서 불편함없고 편해야한다.

그런데, 막상 그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실제 건물을 설계할 때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4년 간 건축을 공부하면서, 사람과 사용자에 대한 고민을 거의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기존 작품을 스터디할 때도, 그 건물을 실제 이용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해 볼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학교를 설계할 꺼면, 선생님과 학생을 만나서 얘기해보거나,
교회를 설계할 꺼면, 목사님과 성도들을 만나보거나 하지 않았다.

내가 지금에 와서 의아한 것은,
왜 그 당시에는 그럴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던 것일까라는 것이다.

흔히 건축이라고하면, 작가에 의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접근을 한다.
그것은 대학 입시에서 건축과에 지원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도 그랬고,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할 때도 그랬다.
실제로 건축가들은 작가로서 대접을 받으며,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존경받는다.
그것이 건축을 하는 매력이고, 결국에 그들이 작가로서 명예를 얻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허나, 그런 사고 속에는,
사람, 사용자들보다는,
작품이 우선이고, 사람은 거기에 적응하여 따라가야하는 것이라는 개념이
무의식 속에 있지 않나 하는 걱정이다.

건축은 비용이 많이 들며, 한 번 지으면 끝이다.
한 번 만들어놓으면 수정(?)이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만큼 고민을 많이 해야하며,
대량 생산과 달리 표준화의 이슈가 적기 때문에, 설계상 어느 정도 자유도가 가능하다.

그렇기에, 디자인 트랜드나 그럴싸한 컨셉보다,
'사람' 중심으로 생각하며, '사람'에 대한 관심과 디테일한 고민에 대해
지금보다는 훨씬 더 가치있게 다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건축물 자체만 보지 말고,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사람들의 행동에 관심을 더 가져보자.
건물과 주변 환경들만 분석하지말고,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며 어떠한 행동들을 하는지도 관심을 가져보자.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얘기도해보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도 물어보자.

건물만 생각하지말고, 사람 중심으로 생각해보자.
그러면, 겉만 번듯한 건물이 아닌,
사람들이 사용하며 감동하는, 이용하면 할 수록 진국이 우러나오는,
그런 진정 멋진 건축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건축을 멀리서 바라만보며 애닳아하는 건축 애호가로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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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7 20:12 2009/01/2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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