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처음 배울 때는,
영어 단어와 우리말을 일대일로 매핑하면서 익히게 된다.
I am a boy. 나는 소년 입니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좀더 배우게 되면, 일대일로 매핑이 안되는 문장들이 나온다.
How are you? 너는 어떻게? 라고 해석하지 않고, 잘 지냈어? 요즘 어때? 라는 식으로
우리말과 영어식 표현이 다른 것을 배우게 된다.
그런 문장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What do you do for a living? 너는 생활(생계)을 위해 무엇을 하니?
영어권 애들은 직업이 뭐냐고 직접 안 물어보고, 풀어서 표현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에 대한 답은, 보통 직업명이 나온다.
I am a doctor. 나는 의사야.
"너는 생활을 위해 무엇을 하니?"
"나는 의사야."
나는 의사야...라고 말한 사람은,
본인의 생활을 얘기할 때, '의사'라는 직업을 얘기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는, 본인은 '의사' 외에는 전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일 수도 있다.
의사라는 직업명 대신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다.
"너는 생활을 위해 무엇을 하니?"
"나는 사람들이 고통받지 않게 병을 고쳐주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어."
내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된다.
"너는 생활을 위해 무엇을 하니?"
"나는 회사원이야."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다.
"나는 고용주가 주는 월급을 받아 먹으면서 살고 있어."
"나는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 댓가로 월급이라는 걸 받으면서 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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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등학교든 대학교든 학교를 졸업을 하면 취업을 한다.
학생이라는 신분이 없어지게 되면
막연한 불안감이 생겨 어디든 소속이 되려고 한다.
유치원을 다니면서부터 어딘가에 소속이 되어 있던 것이 안정감을 주었기 때문에,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소속이 없다는 것에 굉장히 불안해한다.
고시나 자격증 등을 공부하는 이들도
소속이 없다는 불안함에 대학원을 가거나, 휴학을 하는 등
어떻게든 어디에든 소속해 있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우리네 아버지들도
은퇴 후에 가장 힘든 것이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공허함이라고 한다.
오륙십년 동안 학교, 회사로 이어지며 소속 생활을 하셨으니 그럴 것이 당연하다.
나도 그렇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아무 고민없이 너무나 당연하게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 노력을 했고
지원한 회사에 떨어지면 좌절하고, 다시 준비하고 지원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회사 외에 다른 길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다 겨우 한 군데 합격이 되서 드디어 회사라는 곳을 다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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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생은 참 어이없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고등학교 1학년 말, 수학을 잘하면 이과, 못하면 문과라는 기준에 의해 선택된 문과/이과,
대학 원서 넣을 때, 보다 좋은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점수에 맞춰 선택된 학교/학과,
회사 취업할 때, 어디든 취업해야한다는 강박감에 어디든 합격되기만한 곳으로 선택된 직장,
회사 들어가서는, 회사의 필요에 의해 HR 담당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선택된 직무.
내가 그 일에 적성에 맞고 잘 할 수 있고 열정적으로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가보다는,
그 업무를 해야할 사람이 모자라서, 회사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내가 그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업무가 나의 직무, 분야가 된다.
2001년 12월에 회사원이라는 직업을 갖게 된다.
회사에서는 컨텐트/서비스 기획이라는 업무를 나에게 부여한다.
나는 다행히 기획이라는 업무가 그리 싫지 않았다. 할 만 했고, 나름 재밌게 했다.
하지만 본인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는 초년생들은
입사 후 3개월, 첫 방황과 고민이 시작된다.
방황을 해도 특별한 해결책은 없다.
그렇게 또 3개월이 흘러 6개월 째 다시 고민이 찾아온다.
그렇게 다시 1년, 2년... 점점 주기가 느려진다.
5년, 10년...
이 정도 되면, 입사 초기에 했던 적성과 비전에 대한 고민은 없어진다.
그동안 해온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온다.
아니, 새로운 일은 지금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이 아까워, 경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사내외 교육을 듣기도 하고, 책도 찾아가면서 읽기도 한다.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나름 열심히 노력을 한다.
한 분야에서 계속 경력을 쌓아온 사람이라면 그 분야가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거다.
근데 막상 본인 스스로 전문가일까를 생각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맡은 일은 깔끔하게 할 수 있겠는데,
회사를 나와서 그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다.
특히, 갑(甲)에서 을(乙) 관리만 해 온 사람이라면, 회사 내에서는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어도,
회사를 나오는 순간 전문가 소리는 아무도 해주지 않을거라는 걸 본인이 더 잘 안다.
그래서 그 회사 안에서만 전문가 소리를 들으면서 생존해나가는 수 밖에 없다.
을(乙) 생활을 하며 치열하고 빡시게 살아온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독립해서 전문가로서의 밥벌이를 할 수 있겠냐고 하면 자신이 없는 경우가 많다.
나도 기획이라는 업무를 맡은 후, 지금까지도 기획..이라는 업무를 하고 있다.
대학원 2년 빼면, 7년이 넘게 기획이라는 업무만 하고 있는데,
스스로 기획에 있어서 전문가라고 생각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놀았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성실하게 열심히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다들 그렇지 않나?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지 않는가.
허나 지금 생각해보면,
기획이라는 업무를 잘 하기 위해 노력했다기보다,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더 잘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나에게 직업이란, 회사에서 일을 잘 하는 것이라는 생각뿐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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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2월 첫 회사에 입사한 이후,
2010년 10월 현재까지 4번 이직하여 5군데의 회사를 다녔다.
처음 이직할 때는, 너무나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모회사의 부도로 하던 사업을 전부 중단하는 상황이라,
2년차에 일에 재미를 붙여 열정이 있던 시기였다.
첫 회사보다 더 작은 규모의 벤처 회사로 옮겼다.
그 곳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경력 입사자로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곧 이직의 긴장이 풀어지면서 열정적으로 일하던 시기가 지나고,
회사의 비전, 조직과의 갈등 등이 생기면서 다시 이직을 결심한다.
회사원으로서 업그레이드한다는 것은,
연봉을 높이거나, 더 큰 회사로 옮기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회사 규모가 크고 인지도가 있는 곳으로 옮기기로 한다.
나름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회사로 이직을 하니,
실제로 나 스스로도 업그레이드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달라진 건 없었다.
어떤 회사에서 일을 하느냐만 달라졌을 뿐, 내가 달라진 건 없었다.
좋은 회사, 큰 회사를 다닌다고 개인들도 저절로 업그레이드가 되는 것이 아니건만,
대외적으로 보이는 것이 변한다고 해서 내 자신이 변화하는 것은 아니건만,
나 스스로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 변화하는 것에 노력을 하지 않고,
밖으로 보이는 모습만 더 좋아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었다.
더 큰 회사에서 일한다고 내가 발전되는 건 아니었다.
내가 열심히 일한다고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전문성을 갖기 위해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평생 불안하게 살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이런 고민을 내년에도 또 할 것이 분명했다.
뭔가 변화를 하지 않는다면, 이 고민은 매년 되풀이될 것이 분명했다.
어찌댔든 상황을 변화시켜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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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설령 변화를 한 후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변화를 했기 때문에 그것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걸 얻은 것이다.
변화의 결과가 더 안 좋게 될까봐 걱정을 하고
두려워서 변화를 하지 않는다면, 평생 걱정만 하고 살게 될꺼다.
변화는 좋던 싫던 계속 행해야하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얻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나도 움직이지 않는 것보다는 뭐라도 변화를 해야겠다는 심정이었다.
나의 경력을 더 잘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잠깐 경험했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방법 중에 가장 쉬운 길을 찾았다.
학벌. 좋은 학벌을 갖는 것으로 전문성을 획득하려고 했다.
물론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배운 것이 있고,
여러 프로젝트들을 하면서 얻은 것들이 있다.
허나 그것만으로 전문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공부도 역시 강한 내적 동기가 있어야지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비록 스스로 전공을 선택하고 공부하기로 결정한 것이었지만은,
내적 동기가 부족했다.
변화를 위한 변화를 했던 것이 문제였다.
전문성을 공부와 학벌로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발상이 문제였다.
결국은,
나의 능력, 강점, 비전, 가치 등 본질적인 자아에 대한 성찰이 없었고,
인생을 살면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이 부족했다.
대학원 졸업 후에도, 아무 생각없이 취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돈 버는 것이 급급하여 전문성을 살리는 일은 엄두도 못내고 다시 기획 업무로 취업을 하게 된다.
소위 대기업으로 취업을 했다. 회사가 또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는 2년 6개월이 지났고 현재가 되었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다. 나는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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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핸디의 '정신의 빈곤'에 보면,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생계유지형, 외부지향형, 내부지향형의 세 가지 심리 유형으로 구분했다.
생계유지형은 돈과 안정이 삶의 전부인 사람들이다.
돈을 적게 벌어서가 아니라, 돈을 많이 벌어도 만족하지 못하며
오로지 끊임없이 돈을 위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배타적이고 자기 방식에 안주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이다.
외부지향형은 존경과 지위 추구형으로,
외부적인 성공, 겉으로 보이는 성공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다.
높은 성취욕을 가졌으며, 지적이고 교육을 많이 받고 야심적이다.
사람들의 평가, 인정이 가장 중요해서 외적인 평가가 본인의 성공의 잣대가 된다.
내부지향형은 가치 추구형으로,
내면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삼고, 자신의 재능과 믿음을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개인적인 성숙, 자아 성취, 감수성, 자신과 타인의 삶에 가치를 둔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회사에서는 가장 기피대상이라고 한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생계유지형에서 외부지향형으로, 그리고 내부지향형으로 점차 변하고 있다고 한다.
개개인이 사람들도 처음에는 생계유지형으로 살다가,
세속적인 성취를 위해 사는 외부지향형으로 바뀌고,
외부지향형을 겪은 후에는 점차 내부지향형으로 변화한다.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얼마나 큰 성취를 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언제 내부지향형의 단계로 진입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결국 자아를 찾아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4번의 이직과 5군데의 회사를 다니면서 남은 것은
어딜가나 똑같고, 나는 변함이 없다는 진실이다.
변함이 없는 '나'를 알아야한다.
본연의 '나'를 찾아야한다.
OO회사 OO팀 과장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내 이름 석자만 가지고 나를 찾아야한다.
원초적인 나의 재능, 나의 가치를 발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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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 고딘은 최근작 '린치핀'에서
줄곧 '예술가가 되어라'라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예술가는,
윗 사람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고 도전하는 사람,
긍정적인 태도로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는 길을 찾는 사람,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닌, 강렬한 끌림으로 일하는 사람,
마음과 영혼으로 작업(The work)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하루라도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오늘 하루를 생산적으로 보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나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지
어떤 사람이 높은 값을 지불하기 때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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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생활을 위해 무엇을 하니?"
현실은 이렇다.
"나는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 댓가로 월급이라는 걸 받으면서 살고 있어."
하지만, 이렇게 바뀌어야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작업을 하며 살고 있어."
껍데기를 벗어버리자. 나를 찾자.
예술가가 되자. 아트를 하자.





















